(1) 유행의 법칙
유행은 '모드(mode), 패션(fashion), 스타일(style), 예복'의 순서로 찾아온다.
유행은 어떻게 오고 가는가? 저자는유행이 '모드(mode), 패션(fashion), 스타일(style), 예복'의 순서로 찾아온다고 지적한다. 새로운 양식이 최초로 나타났을 때가 모드, 다소 시간이 흘러 세상에 널리 퍼진 상태가 패션, 시간이더욱 경과하여 대다수의 사람들이 채택하면 스타일, 그리고 스타일로 굳어진 것의 일부가 최종적으로 일생생활과 관계없는 예복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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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의 순서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으로 학생복을 들 수 있다. 나이가 마흔 이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섯 개의 금색 단추가 박힌 학생복을 기억할 것이다. 그 학생복은 1897년부터1902년까지 요미우리 신문에 연재되었던 「금색야차」라는 소설에서 처음 등장했다.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내칠 때 입었던 옷이 우리가 기억하는 학생복의 시초다. 하지만 당시 그 학생복은 정말로 눈에 거슬리는 '모드'였다. 그러나 소설이 발표된 지 10여 년쯤 지나 대부분의 학교에서 그 학생복을 채용하게 되면서 패션을 거쳐 스타일로 자리잡게 되었다. 하지만 오늘날 어느 학교를 가보아도 그러한 디자인의 학생복을 찾을 수는 없다. 기껏해야 영화나 연극의 무대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금색단추가 달린 학생복은 무대 예복이 되어버린 것이다.
저자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의 중요성을 역설한 미국 경제학자 에버릿 로저스(Everett.M. Rogers)의 '다섯 종류 인간형 분류'를유행의 순서에 적용하여 설명한다. 로저스는 상품의 유행현상을 소비자 심리에 기초해 관찰한 뒤 사람을다섯 종류로 분류하였는데 이 분류는 상품개발을 위해 사람들을 관찰할 때 매우 효과적이다. 그 다섯 종류는다음과 같다.
이노베이터가 상품을 최초로 채택했을 때가 '모드',
얼리 어답터가 채택했을 때가 '패션',
전후기 다수 수용자 층이 수용하면 '스타일',
지각 수용자(Laggard)가채택하는 단계가 '예복'.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얼리 어답터가 문화의 확산과정에서중요한 포인트를 쥐고 있다는 점이다. 얼리 어답터의 뒤를 따르는 다수 수용자 층이 얼리 어답터의 영향을매우 크게 받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문화를 보급하기 위해서는 얼리 어답터 그룹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그런데 얼리 어답터의 동태를 살피고 이들을 연구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부분이다. 저자는 이와 더불어 앞으로 어떤 부류의 사람들을 연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시사점을 던진다.
저자는 다섯 부류의 사람들 중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이노베이터와 지각 수용자 사이에 매우 유사한 특징이 보인다고 말한다. 양쪽 다 대중의 바깥에 있으며, 자신만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고, 세상의 이목을 의식하지 않는 개성이 강한 부류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노베이터와 유사한 특징을 보이고 있는 지각 수용자는 일순간 이노베이터로 변신하기도 하는데, 공업화 시대를 지나 탈산업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지각 수용자가 이노베이터로 변신할 확률은 매우 높다고 강조하고 있다.
(2) 오감의 법칙
삶이 풍요로워져 갈수록 눈과 귀로 만족하는 단계에서 혀로 만족하는 단계, 최종적으로는 냄새와 감촉으로 만족하는 단계로 소비 욕구가 발전해 간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생산위주의 공업화 사회'에서 '소비위주의 탈공업화 사회'로 진전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쉽게 모방하기 힘든 '냄새'와 '감촉'에 신경 쓴 상품이 고부가가치의 상품성을 지닌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감을 대뇌의 신경밀도가 높은 것에서부터 낮은 것의 순서로 순위를 매기면, 시각 · 청각 · 미각 · 후각 촉각의 순서가 된다. 그런데 신경밀도가 높은 감각일수록 자극에 쉽게 만족해버리기 때문에 자극을 만들어 파는 생산자나 판매자 측면에서 보면 소비자의 시각이나 청각을 자극하는 편이 비용을 적게 들이고 손님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생각해보면 예전부터 가난한 학생들의 놀이는 모두 시각과 관련이 있었다. 만화나 전자오락이 그랬고 영화나 TV, 컴퓨터 게임 등도 모두 시각을 자극하는 놀이들이었다. 시각을 자극하는 일은 비교적 간단하고 비용도 적게 든다. 게다가 시각과 청각을 자극해서 만족시키는 상품은 간단한 복제로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미각 · 후각 · 촉각은 복제해서 대량생산하기가 어렵다. 나라가 발전하고 부가 축적될수록 시각 청각에서 미각 · 후각 · 촉각을 자극하는 쪽으로 산업이 발전해간다. 사람들이 복제품이 아닌 진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품을 향유하려면 돈이 상당히 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생활이 발전하지 않으면 발달할 수 없다. 따라서 이들 분야의 상품은 사회가 발전할수록 유망해질 것이 틀림없다.
인간의 오감은 신경밀도가 낮은 감각에서부터 높은 감각의 순서로 발달해왔다. 먹이를 찾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면서 촉각이 발달했고, 촉각이 발달한 뒤에는 먹어도 되는지 안 되는지를 구별하기 위해 후각이 발달했고, 후각이 발달한 뒤에는 좀더 많이 먹기 위해 이빨이나 혀가 발달했고, 그 이후에 청각과 시각이 발달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오감에서 한단계 더 나아간 것이 뇌의 전두엽이다. 전두엽은 오감으로부터 획득한 이미지 정보를 순서대로 기억하는 기능을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것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생긴 지 오래된 것일수록 강하다는 점이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 현상은 이러한 이유 때문에 발생한다.
(3) 발전의 법칙
모든 상품의 발전은 3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1단계는 신기능을 개발하는 단계이고, 2단계는 신기능에 주변기능을 부가하는 단계이며, 3단계는 주변과의 조화와 인간성의 존중에 신경 써야 하는 단계이다.
따라서 상품을 출시할 때에는 그 상품이 어느 단계의 상품인지를 고려하여 그 단계에 어울리는 부분에 더욱 신경을 써서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
신상품은 당연히 이전보다 참신한 기능을 갖추고 사회에 등장한다. 편지를 대체한 전화, 마차를 대체한 자동차 등 어느 제품이나 압도적이면서도 획기적인 기능을 갖추고 있다. 가격이 다소 비싸거나 휴대하기 힘든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휴대폰이 처음 나왔을 때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의 휴대폰은 무전기처럼 무겁고 휴대하기 불편했지만 모두가 부러워하는 제품이었다.
신기능만으로 잘 팔리던 상품이 제2단계에 접어들면 비슷한 여러 제품과 경쟁을 하면서 여러 가지 주변기능과 조건의 개선이 필요해진다. 소비자들은 비싼 것보다는 싼 것, 사용하기 불편한 것보다는 쉬운 것을 찾게 되기 때문이다. 예전에 집안의 보물 1호였던 TV가 이제는 담배갑만한 휴대폰보다도 싼 제품이 된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상품이 오랫동안 시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주변 환경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인간미 있는 제품이어야 한다. 비좁은 주택에 어울리는 소형 가전제품이 일본에서 성공을 거둔 것이나,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전기자동차를 개발하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발전의 역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
어제의 사치가 오늘은 당연한 것이 되고, 오늘의 사치가 내일은 필수품이 된다.
이 법칙은 우리가 앞으로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를 시사한다. 지금 현재는 사치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앞으로 그것이 필수품이 될 수 있는 분야를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인기를 끌고 있는 휴대폰, MP3, 디지털카메라 등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개발될 당시에는 별 필요없는 사치품처럼 여겨졌지만 이제 여러 사람들이 사용하는 필수품처럼 되어버렸다. 인기를 끌게 될 사치품을 개발해야 경제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다.
베르너 좀바르트(Werner Sombart, 1863-1941)는 사치가 인류발전의 원동력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던 학자였다. 그는 값비싼 면직물과 모직물을 소유하려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산업혁명이 일어났다고 보았는데, 사람들이 이처럼 값비싼 제품을 가지려는 심리 즉, '사치 심리'의 원동력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규명하려 하였다. 그는 자본주의 시대 이전, 귀족들간의 사치경쟁을 예의 주시했다. 그는 여성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귀족들이 사치경쟁을 벌이면서 르네상스가 일어났다고 보았다. 귀족들의 사치와 허세가 산업혁명의 원동력이었다고 본 것이다.
과거 유럽의 귀족들은 살롱에 모여 여성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다양한 사치행각을 벌였다. 보석을 선물하는 일은 다반사였고, 살롱의 실내장식 개선, 라틴어, 고전 등에 대한 향학열도 불타올랐다. 이런 식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 문화가 발전되었고, 그 곳에서 완성된 문화와 생활양식을 대량생산하려고 한 것이 영국의 산업혁명이었다. 그렇게 발전하기 시작한 문화는 오늘날 영화, TV드라마, 만화 등의 형태로 대중적으로 보급되었고 고부가가치의 문화상품을 탄생시키기에 이르렀다.
"미래를 읽는 사람, 못 읽는 사람" by 구사카 기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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