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쓰기, 기획서 쓰기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민은 ‘왜 말로 설명하면 이해가 빠른데, 쓰기만 하면 설명이 잘 안 되는 것일까?’이다. 일 처리에 있어서는 대단한 성과를 내는 사람 조차 정작 보고의 과정에 들어서기만 하면, 자신의 성과물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고서에서 사람들이 고민하는 부분을 들여다 보면, 우선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알기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문장의 표현이 서툰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십중팔구는 보고서 만으로는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못하고, 쓴 사람을 불러서 부연설명을 들어야 보고가 마무리 된다. 생각을 글로 표현하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는 경우인데, 부차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종종 드러나는 문서작성의 문제점이다.
두 번째는 글자 중심의 문서이다. 마치 논문을 구성하듯이 빽빽한 글자의 향연을 보는 듯한 문서인데,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매우 논리적인 내용을 담는다고 생각하겠지만, 읽는 사람에게는 지루한 문서이며, 읽기 부담스러운 문서가 된다. 더구나 비즈니스 문서는 읽는 사람의 반응 속도가 생명이다. 읽는 사람의 읽는 시간과 노력을 줄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는 두 번째와는 반대로 화려한 비주얼을 담은 외화내빈의 문서이다. 언뜻 보기에는 잘 구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빈약한 내용을 보완하기 위해 클립아트와 같은 비주얼 자료로 외형을 포장한 문서에 불과하다. 내용을 돕는 비주얼이 아니라 문서의 빈 곳을 채우기 위한 의미 없는 비주얼로는 좋은 문서를 만들 수 없다.
네 번째는 믿거나 말거나 문서이다. 이런 문서는 보고를 위한 보고를 위해 만든 문서라고 할 수 있다. 일을 마무리 하지 못한 상태에서 보고의 데드라인에 걸려 급조한 문서이다. 이런 문서의 특징은 근거가 없이 주장만 가득하다는 점이다. 데이터의 백업이 없는 논리로 급하게 결론을 이끌어내고, 그 결론을 고집하는 문서이다.
다섯 번째는 질보다 양을 중시하는 문서이다. 보고서의 논리적 완성도가 매우 떨어지는, 같은 내용이 두서없이 반복되거나, 앞 뒤의 논리가 자연스럽지 못한 장황한 문서이다. 이런 문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번 읽어야 하거나, 문서의 여러 지점을 찾아가며 읽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은 비즈니스 문서에서 가장 자주 거론되는 것, 그리고 가장 착각하기 쉬운 부분인 문서이다. 이것은 바로 결론을 찾을 수 없는 오리무중의 문서이다. 장황함으로 끝나지 않고 무엇을 할 것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없는 문서이다. 이런 보고서에 돌아오는 지적은 항상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거야?”이다.
왜 이러한 문서가 만들어지고, 또 고쳐지지 않는 것일까? 첫 번째에서 세 번째의 문서가 가지고 있는 결함은 ‘쓰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매우 기술적인 결함이다. 따라서 문장이나 비주얼의 기술적인(테크니컬) 측면을 수정하거나 학습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세 번째로부터 여섯 번째의 문서의 유형 즉, 데이터의 백업이 부실한 ‘믿거나 말거나’의 문서, 논리적 전개가 부실한 ‘질보다 양’의 문서, 결론을 누락시킨 ‘오리무중의 문서’ 는 ‘쓰기 전’의 결함이라는 점에서 해결이 단순하지 않다 복잡하다. 쓰기 전의 결함은 기술적인 것을 넘어선 다른 부분을 다루지 않으면 안 된다.
쓰기 전의 결함을 이해하기 위해서 보고서의 의미로부터 출발해 보자. 보고서란 무엇인가? 일한 사람이 자신이 한 일의 성과에 대해 정리하고 기록하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yes’가 되는 순간 앞에서 말했던 6가지 비즈니스 문서의 결함이 시작된다. 쓰기 전의 결함은 쓰는 과정으로 이어져 드러난다. 근본적인 결함은 무엇일까?
보고서는 일의 결과물을 기록하는 것이지만, 그 결과물을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것이기에 일방통행식의 기록이 되면 안 된다. 앞에서 설명한 결함은 모두 일방통행, 즉 쓰는 사람 중심의 문서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비즈니스 보고서이다. 쓰는 사람이 보기 위한 문서가 아니라 읽는 사람을 위한 문서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비즈니스 상에서 작성되는 모든 문서는 자신이 보려고 작성하지 않는다. 분명히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읽어야 할 문서를 작성한다. 상사일 수도 있고, 고객일 수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의 누군가가 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자신이 현재 작성한 문서 한 장은 그대로 데이터베이스로 남아 조직의 역사가 된다. 인류가 문자를 만들어 지식을 축적하고 전파하였듯이 한 장의 문서는 현재뿐 아니라 미래와도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된다.
따라서 보고의 과정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향이어야 하며, 쓰는 보고서가 아니라 대화하는 보고서가 되어야 한다. 대화하는 보고서의 초점은 읽는 사람(보고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쉬운 문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쓰는 사람 중심의 기술적 사실들을 나열하는 방식의 문서는 자료로서의 가치는 있을 수 있지만, 일의 결과를 공유한다는 보고서의 근본적인 목적[1]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상대방이 알고 싶어하는 것, 알아야 하는 것을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한 일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궁금해 하는 것을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다. 보고서의 내용을 빠르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보고의 상대방이 보고서를 접하는 시작점에 주제와 결론을 드러내야 한다. 또한 상대방의 질문을 확인하고 그에 대해 대답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스토리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명쾌하고 간결한 문장과 적절한 비주얼을 통해 정확하게 메시지를 표현할 수 있다면 더 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주[1] 문서작성의 목적은 지식을 전달하는 정보전달, 생각을 변화시키는 설득, 행동을 재촉하는 동기부여의 3가지가 있다. (고바야시 외, 1990,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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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택. 2013. "기획력강의", 동문통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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