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보고서의 핵심은 상대방에게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논리적인 메시지를 제시하는 것이 관건이다. 어떻게 메시지가 제시되어야 하는가? 상대방이 가장 빨리 주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대방이 보고서의 주제와 빠르게 접촉하는 곳은 3부분이다. 첫째가 제목, 둘째가 목차, 셋째가 요약(Summary)이다.
(1) 제목에 메시지를 포함한다.
제목은 보고서의 대문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혹은 내용에 대해 상대방과 처음으로 만나는 지점이다. 제목 없이 보고서를 작성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제목을 모르는 영화를 보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이름도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 제목을 모르는 소설을 읽어보라. 자연스러운가?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면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 이름을 짓듯이 보고서 역시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사람의 이름에는 그 사람의 대강의 정보가 들어 있다. 성(姓)을 통해 어떤 가문의 자식인지 알 수 있고, 이름을 통해서는 그 사람이 얻었으면 하는 주변의 바람을 종종 찾을 수 있다. 동쪽을 빛나게 할 사람이라는 뜻의 東潤(동윤), 혹은 아시아의 중심이 되라는 亞中(아중)도 있다. 보고서의 제목도 다르지 않다. 보고서의 주제를 추측할 수 있도록 제목을 잡는 것은 보고서의 출생신고의 중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제목에 정보를 읽을 수 있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보통 문서의 내용을 짧게 압축하여 표현한다. 그런데 짧고 압축적인 표현에 제목이 아닌 라벨을 붙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라벨은 지시형 메시지이다. 그 자체로는 메시지를 담지 못하고, 메지시가 어디에 있다는 식의 지시를 내리고 있을 뿐이다. ‘신상품 개발 보고’라는 제목을 생각해 보자. 언뜻 보면 무난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표면적인 정보 이외에 어떤 것도 얻을 수 없다.
좋은 제목은 누군가가 검색할 수 있는 것이다. 정보, 메시지가 포함된 제목이 좋은 제목이라고 할 수 있다. 검색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일의 범위, 일을 수행하는 상황을 알 수 있어야 한다. 신상품 개발은 범위가 넓다. 어떤 상품인지, 어떤 수준인지 알 수가 없다. 또 어떤 상황 속에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지, 혹은 진행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도 알 수 없다.
검색할 수 있는 제목이란 목적과 범위가 포함된 제목을 말한다. 무엇을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했는지를 제시하는 것이다. 제목으로부터 상대방은 메시지를 판단하기 시작한다. 가장 일반적인 제목은 “ ~을 위한 ~안” 정도면 무난하다.
목적과 범위를 표현하는 제목으로 “ ~을 위한 ~안”보다 더 많이 사용되는 제목이 “~를 통한 ~안”이다. 앞에서 제시한 제목으로 보면 “GSM 단말기 개발을 통한 중국시장 진출방안” “신영업모델 구축을 통한 경쟁력 강화방안”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결국은 같은 의미가 아닌가라고 할 수 있겠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볼 때 강조하는 부분이 다르다. 통상적으로 뒤에 오는 의미가 강하다. 따라서 “~을 위한 ~안”에서 강조되는 부분은 ‘목적’보다는 범위를 강조하는 제목이 되고, ‘’~을 통한 ~안”의 경우에는 목적을 강조하는 제목이다. 일을 하는 기획자의 입장에서 강조되고, 제시해야 할 것은 ‘자신이 무엇을 했는가’, ‘할 것인가’이다. 즉 상대방이 제시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자신이 한 일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을 위한 ~안”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읽는 이의 관심과 흥미를 유도할 수 있는 제목이라면 더욱 좋다. 그러기 위해서 유행어나 키워드 등 기억하기 쉬운 단어를 활용하기도 한다. 당신이 김치 담그는 방법을 알고자 서점에서 책을 사려고 한다면 당신은 어떤 책을 뽑아서 검토해 볼 것인가?
서점의 책꽂이에는 수많은 요리책이 있다. 그런 요리책 중에 “여름철에 김치를 맛있게 담가 먹는 법”이라는 제목이 있다면? 당신은 아주 쉽게 그 책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직장인을 위한 간편 김치제조법”은 어떤가? 이것도 쉽다. 그런데 만일 “발효식품 제조기법”이란 고상한(?) 제목이 붙은 책이라면? 아무리 좋은 내용을 가지고 있어도 그냥 지나치기 쉬울 것이다.
제목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제목의 끝 부분에 괄호로 문서의 성격, 즉 보고, 기획, 조사 결과 등을 붙이는 것도 좋다. 보고서의 경우는 (보고), 기획서의 경우는 (안) 등을 함께 쓰는 것이다. 보고서나 기획서에 통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조금 더 확장하면 e메일이나 공문서에도 적용할 수 있다.
필자가 거래하는 세무사무소에서 보내는 e메일의 제목은 항상 똑같다. “세무법인 OO입니다”이다. 무슨 일로 어떤 내용의 메일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또한 무엇을 해달라는 것인지, 아니면 무엇을 보내겠다는 것인지 의도가 드러나지 않는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1/4분기 부가세 납부 내역, 혹은 7월분 급여지급내역 등이 담겨 있다. 만약 메일의 제목이 “1/4분기 부가세 납부(안내)” 혹은 “7월분 급여 지급내역(통보)”와 같이 메시지를 담는 것이었다면, 추후 메일을 검색할 때 시간을 충분히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는 과거의 메일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보관된 모든 메일을 열어보고 있는 상태이다. 협조를 요구하는 문서라면 ‘협조’, ‘안내’, 부탁하는 문서라면 ‘요청’ 혹은 ‘의뢰’ 등을 붙이면 된다. 이런 제목의 메일이라면 굳이 본문에서 “ 아래와 같이 ~하오니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와 같은 사족은 필요하지 않게 된다.
(2) 목차는 순서가 아니다.
목차는 한자로 目次라고 쓴다. 뜻을 찾아보면 ‘눈 목’에 ‘버금 차’라고 되어 있다. 굳이 직역하자면 눈의 순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목차를 한글로 표현하면 순서를 의미하는 ‘차례’로 쓰기도 한다. 이 때문에 목차가 쪽번호를 의미하는 것으로 변질되기도 하고, 논리의 전개흐름인 서론-본론-결론이 그대로 목차로 바뀌기도 하다. 과연 목차는 순서인가?
목차는 영어로 번역하면 ‘Contents’이다. 내용을 의미한다. 제목에 메시지가 포함되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목차 역시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 서점에 가서 참고문헌을 검색해 보라. 무엇을 볼 것인가? 우선 제목에 눈이 갈 것이다. 책의 제목이 내가 필요한 책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또 책을 집어 들고 책의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면, 무엇을 볼 것인가? 당신은 목차를 훑을 것이다. 우선 큰 장의 제목을 살펴보고, 또 장 아래 절의 제목을 볼 것이다.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보통 디테일한 메시지는 절 제목 수준에서 표현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장의 제목이 그저 절의 제목의 범주를 지시하는 수준으로 되어 있을 뿐 메시지를 확인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목차에서 제시하는 큰 장의 제목은 책 전체의 스토리 전개를 제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하위 레벨(절)뿐 아니라 상위 레벨(장)에서도 메시지를 담는 제목이 필요하다. 상위 레벨의 제목을 연결하면 책이나 문서의 전체 스토리를 요약해서 읽는 것과 같다.
목차에 들어가는 소제목이 읽는 이에게 임팩트를 주는 방법이 있다. 어려운 전문용어를 끄집어 내어 유식함을 뽐내는 것으로 좋은 제목이 되지 않는다. 제목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아주 일상적인 것에서 찾을 수 있다. 5가지만 정리해 보자.
우선 숫자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문서작성의 원칙” 보다는 “문서작성의 3가지 원칙”이 읽는 사람의 시선을 좀 더 쉽게 끌 수 있다. 우리는 주변에서 이런 제목을 흔히 접한다.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 ‘황제의 3가지 비밀’ 등이다. 숫자가 없을 때의 제목과 비교해 보라.
둘째는 읽는 사람에게 유익한 것을 부각시키는 방법이다. 나의 주제를 상대방의 관심사로 바꾸어 보라. 자동차 엔지니어에게 자동차 사용법을 설명하게 하면 브레이크 사용법, 핸들 조작법 등의 카테고리를 만들고 설명할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유익한 것은 달리는 차를 멈추는 방법, 방향을 바꾸는 방법이다. 마찬가지로 “영재교육법” 이라는 제목은 쓰는 사람이 주는 방식이고, “내 아이도 영재가 될 수 있다”라는 제목은 읽는 사람에게 유익한 것이다. “초등 독서법”에 끌리는가? “초등 읽기 능력이 평생성적을 좌우한다”에 끌리는가?
셋째는 부제를 활용하는 법이다. 비즈니스에서 정기적인 보고서, 예컨대 분기, 반기 보고서와 같이 정해져 있는 제목의 보고서에는 내용을 담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 경우 정해진 제목 밑으로 부제를 첨부할 수 있다. 보고의 주요 이슈를 표제에 제시하는 방식이다. 과거 부동산 개발이 붐을 이루던 시절에 무수한 부동산 개발 계획서가 생산되었다. 단순한 제목으로는 투자자를 유치하기 어렵던 시절에 어떻게 개발계획을 강조할 수 있었을까? 강남 고속터미널 부근에 대형 오피스 빌딩 “센트럴시티” 개발계획서를 작성한다고 하면, “센트럴시티 개발계획”과 같은 평범한 제목으로 어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 부제를 붙여 보자. “센트럴시티 개발계획 – 숙박과 교통, 엔터테인먼트가 조화된 도심형 복합단지 조성”이라고 한다면 어떨까? 조금 길게 느껴지겠지만 개발 컨셉을 전면에 내세운 좋은 제목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는 내용 중에서 꺼내는 것이다. 이 방법은 조금 어렵다. 전체를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을 한마디의 제목으로 정리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어지간히 정리가 잘 되어 있거나, 요약이 쉬운 문서의 경우에 해당된다. 특히 유명한 연설문의 제목을 정리한다면 이 방법이 효과적일 것이다. “희망”이라는 제목의 연설문의 제목에서는 어떤 특별한 느낌을 받기 어렵지만, 만일 “나에게는 꿈이 있다”라는 제목으로 바꾼다면 어떨까? 미국의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이 바로 떠오르게 된다. 당신의 문서의 느낌을 한마디로 전달할 수 있다면 제목만으로도 문서작성의 목적에 성큼 다가서게 될 것이다. 연설문에는 제목을 붙이지 않지만 유명한 연설문에는 후대 사람들이 제목을 붙인다. 링컨의 연설문 제목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 이고, 2차 세계대전 당시 윈스턴 처칠의 유명한 연설문의 제목은 “피와 눈물과 땀”이다. 모두 연설문 속에 있었던 가장 감동적인 문구를 그대로 따온 것이다.
다섯째는 질문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요새 TV 프로그램의 두드러진 진행방법 중 하나가 어떤 주제에 대해 Ranking을 정하는 것이다. 시청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대답을 통해 프로그램의 내용으로 엮어가는 방식이다. “질문”은 매우 효과적인 주의집중 방법이다. 사람은 누구나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을 하려는 충동을 느낀다고 한다. 최소한 대답을 하기 위한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점을 활용하는 제목 붙이기가 바로 “질문 활용법”이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라. 수 많은 기사들이 클릭을 기다리고 있다. 기사 제목을 들여다 보라. 수없이 많은 의문문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류현진 선발등판” 보다는 “류현진, 10승의 벽을 넘을 것인가?”에 제목 점수를 주고 싶다.
(3) 요약은 결론을 중심으로 쓴다.
주제를 드러내는 세 번째는 요약이다. 보고서 전체의 요약뿐 아니라 각 단락마다 요약은 필요하다. 특히 요약을 먼저 읽고 나머지 궁금한 부분을 찾아 읽는 상대방에게는 요약 읽기가 가능한 보고서[1]가 필수적이다
요약은 제목, 목차, 요약으로 이어지는 주제 드러내기의 3가지 요소 중 최종적인 것이다. 제목에서 메시지를 확인하고, 목차로 메시지의 전체 흐름을 이해한 뒤, 좀 더 구체적인 문장으로 보고서 전체의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명확한 결론과 함께 결론을 지지하는 설득력 있는 논리적 메시지가 간결하게 정리되어야 할 것이다.
요약이란 결국 자신의 보고서 전체의 메시지를 논리적 스토리로 일관되게 제시하는 것이다. 요약을 잘 하는 방법은 질문(과제)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에 부합하는 대답(결론)을 중심으로 기획의 결과물을 논리적으로 전개해 나가는 보고서 작성의 기술을 습득할 때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주[1] 고바야시 아쓰시 외(1990), “비즈니스 다큐먼트의 설득기법”, pp. 8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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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택. 2013. "기획력강의", 동문통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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