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서의 상대방은 누구인가?
보고서를 쓰는 첫 출발은 펜을 들고, 노트를 펼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보고의 상대방을 지정하는 것이다. 내 보고서를 읽어 줄 사람, 내 보고서가 필요한 사람, 내 보고서를 요구한 사람이 누구인가? 그 사람은 상사이거나 고객이거나, 동료이거나 외부의 협력사 담당자일 수도 있다. 이 중 가장 빈번한 보고의 상대방은 상사일 것이다. 이때의 상사는 불특정한 상사가 아니다. 당연히 고객, 동료, 협력사 모두 불특정한, 일반적 상대방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구체적인 인물을 상대방으로 지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사라면 직속상사 즉 팀장, 혹은 부장, 본부장, 부문장, 그룹장 등 조직별로 다양한 형태의 직함이 존재할 것이고, 최종적으로는 당연히 CEO가 최종적인 상대방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맞추어야 하는가? 막연한 상사의 관점에서는 불분명하다. 또한 대부분 직속상사뿐 아니라 그 위의 층층 모두가 문서의 상대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보고의 주제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보고의 주제, 과제 수행의 결과를 알고, 의사결정을 진행하는 중심인물이 누구인가? 이 사람을 통과하지 않으면 일을 진행하지 못하는 단계의 상사가 바로 보고의 상대방이 되어야 한다. 흔히 전결권한을 가진 상사를 말한다. 그 상사야 말로 일(기획)의 문제제기를 던진 사람이며, 과제의 출발점이었던 인물이다.
보고의 상대방을 지정한다는 것은 바로 대화의 상대방을 정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보고서의 다음 진행단계는 바로 상대방과의 대화를 시작하는 지점을 확인하는 것이다. 누군가와 대화를 시작해 보라. 어디에서 출발하는가? 그것은 바로 공감상황이다. 상황을 공감하지 않으면 서로의 관심사를 나누기 어렵다. 각기 다른 상황 속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시작하려면, 그 주제가 서로에게 공통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보고서의 가치는 문서를 보는 사람이 핵심을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때 빛난다. 어떠한 경우이든 비즈니스 문서는 쓰기 전에 읽는 사람을 고려하는 것을 지나쳐서는 안 된다.
2. 상대방의 질문이 문서의 주제가 된다.
어떻게 상대방에게 맞는 보고서를 작성할 것인가? 상대방에게 맞춘다는 것은 자신이 작성하려고 하는 보고서에 자신이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가를 표현하려는 시도를 그만두라는 말이다. 읽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 그가 알고 싶고, 하고 싶어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보고서의 주제는 상대방이 알고 싶은 것이다. 자신의 한 일을 시계열적으로 정리하는 식의 보고서 작성은 아무리 깔끔하게 정리한다고 해도 자기중심의 문서, 아마추어 문서작성이다.
문서의 주제는 어떻게 설정하는가? 이 부분이 보고서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한다. 앞에서 기술했던 보고서 작성에서 드러나는 가장 큰 오류인 ‘결론이 없는 문서’가 바로 주제를 설정하는 것에 실패하는 데서 기인한다.
주제는 다른 말로 하면, 상대방의 질문이다, 상대방이 알고 싶어 하는 것, 알아야 하는 것이다. 상대방은 보고서를 통해서 무엇을 알고 싶은가?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일(기획)의 첫 부분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이미 확인한 대로 기획의 첫 단계는 ‘문제를 인식하고, 과제를 설정하는 것’이다.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해야 할 일을 정하는 것에 하자가 없다면 보고서의 첫 줄은 아주 편안하게 시작할 수 있다.
앞선 기획의 단계에서 확인했던 문제상황과 과제설정을 복습해 보자. 앞에서 기본적으로 5가지 유형의 문제제기를 제시했다. ①왜 이 일이 발생하였는가? ②무엇을 해야 하는가? ③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④이 일을 해야 하는가? ⑤어떤 상황에 있는가?가 그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기획이며, 그 결과물을 상대방과 공유하는 것이 보고서이다.
따라서 기획의 결과물을 공유하는 단계, 보고의 단계는 바로 일의 첫 단계를 공유하는 대화의 출발이 필요하다. 즉 보고의 결과를 제시하기 전에 상대방의 질문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상대방을 고려할 때 빠져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상대방의 업무 스타일과 개인적 특성이다. 일하는 스타일, 커뮤니케이션의 스타일에 따라 보고의 형식을 달리하는 것이 좋다.[1] 예컨대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스타일의 상대방에게 디테일한 데이터의 근거를 밝히는 방식의 장황한 문서는 환영 받지 못할 것이다. 또한 세심한 스타일의 상대는 간결한 요약 보고의 문서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이는 문장을 공들여 읽기 보다는 시각적인 표현을 좋아하지만, 어떤 이는 문장의 논리적인 구성을 면밀히 따지기도 한다. 당신의 문서를 읽게 되는 사람은 어떤 유형인가? 어떤 사람은 경험이 많아 자신의 경험을 최우선으로 하며 행동을 우선시 하지만, 어떤 이는 반드시 이론적 근거를 중시하면서, 행동하기 전에 꼼꼼히 따져본다. 당신은 어떤 쪽을 대상으로 문서를 작성하려고 하는가?
디지털이 사람의 가치관까지도 바꾸고 있는 세상에서 첨단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고 아날로그의 친숙함을 더 기억하는 사람이 공존하고 있다. 어떤 사람에게 맞출 것인가? 분석적이고 보수적인 사람에게는 절차와 규칙이 대단히 중요하지만, 새로운 것을 아주 쉽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절차와 규칙보다는 변화에 초점을 두게 된다. 당신이 시도하려는 제안은 과연 읽는 사람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개인의 경험과 지식은 문서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의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보고서에서 사용되는 수 많은 용어들, 약어들이 보고하는 자신에게 익숙하더라도 보고의 상대방에게는 해석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M/H는 인사, 조직 분야에 속한 인물들에게는 Man Hour를 의미하지만, 건설현장에서는 모델하우스로 쓰인다. MPR/S가 마케팅, 생산, 연구, 지원부서의 의미로 쓰이는 것을 엔지니어가 익숙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 K/S/A가 지식, 기술, 태도를 의미하는 역량이라는 것을 별도의 설명 없이 이해시킬 수 있을까? 상대방의 입장에서 문서를 들여다 보라. 상대방의 시간과 노력을 더 요구하는 보고서라면 그 내용의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다.
읽는 사람, 보고의 상대방을 분석하는 것에서 보고서 쓰기는 출발한다. 쓰기 전에 상대방을 고려하고, 그에게 문서의 내용과 형식 그리고 전개방법을 맞추어야 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읽는 사람에 대한 분석이 절대로 분석을 위한 분석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상대방을 분석하는 것이 작성하고자 하는 보고서의 내용과 형식을 Review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 읽는 사람을 분석하고 나서도 보고서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이라면 무엇 때문에 분석을 했는가?
3. 두 번의 질문과 두 번의 대답
주제를 확인하고 공감했다면, 두 번째 보고서 작성의 요소는 설득력이다. 동문서답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면 커뮤니케이션은 유지될 수 없다. 대화를 유지하려면 설득력 있는 스토리로 내용이 전개되어야 한다.
내용이 훌륭해도 이해가 어려운 보고서를 들여다 보면, 스토리의 전개가 일방적 독백의 방식이라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의 기획과정, 일 처리 내용을 지루하게 나열해 나가는 방식의 보고는 자신에게는 의미가 있을 수 있겠지만 보고의 상대방에게는 가치가 없다.
보고서 작성의 대원칙은 ‘대화’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화란 주고 받는 것이다, 머리 좋은 기획자의 일방적인 ‘내용의 드리블’이 아니다. 질문과 대답이라는 패스를 주고 받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상대방의 질문을 확인하고, 나의 대답을 메시지로 전환하여 제시하는 것이 바로 보고서 스토리 전개의 핵심이다.
보고서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상대방의 질문 – 나의 대답’의 형식을 이룬다. 보고서의 줄기를 이루는 대화의 큰 틀은 ‘두 번의 질문과 두 번의 대답’이다. 첫 번째 질문은 보고서를 쓰기 이전의 질문이다. 앞에서 확인했던 기획의 첫 단계의 질문, 기획과제가 첫 번째 질문이다. 상대방을 지정하는 순간, 그 사람이 쓰는 사람에게 던지는 질문(과제)을 생각하라. 이 질문은 확인하는 질문, 공감하는 질문이다. 공감한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주제를 제시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이다. “당신이 내게 준 과제가 이것이 맞는가?” “당신은 이런 주제로 정리된 보고에 동의하는가?”의 의미이다. 이 질문 확인의 단계가 보고서 쓰기로 따지면 바로 도입부 구성의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상대방과 공감하지 못하면 대화는 진행할 수 없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 상대방의 동의가 내려진다면 그 다음은 그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대답이 바로 보고서의 결론이다. 상대방이 던진 질문, 즉 어떤 상황인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 때문인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말 해야 하는가? 등의 질문을 확인하였다면, 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이 된다. 기획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정리했던 결론을 제시함으로써 첫 번째 질문-대답의 구조를 완성한다.
상대방의 두 번째 질문은 결론을 제시하는 순간에 나타난다. 즉, 보고하는 사람이 결론을 제시하면, 보고 받는 사람의 머리 속에는 새로운 질문이 떠오르게 되는데 이것이 두 번째 질문이 된다. 결론에 대해서 왜 그렇다고 할 수 있는지? 혹은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인지? 혹은 어떻게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지? 등의 새로운 질문이 만들어진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 보고하는 사람은 대답해야 한다. 그 대답이 바로 문서의 메인 파트인 본론이 된다. 본론에서는 상대방이 알아야 하는 구체적인 내용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새로운 질문 – 대답의 구조가 완성이 된다. 결국 쓰지 말고 대화하는 보고서 작성의 큰 그림은 작성자와 상대방의 질문과 대답의 구조로 완성되는 것이다.
직영대리점에 대한 구조조정 기획을 예로 들어보자.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 속에서 직영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의 경영합리화 과정에서 직영대리점 정리방안에 대한 보고이다. 대화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보고서를 쓰는 사람은 기획과제를 설명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읽는 사람의 문제의식과 과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부장님께서 지난번 우리회사 영업이익의 감소 속에서 직영대리점 운영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에 대해 알아보라고 하신 일 기억하십니까?’일 것이다. 상대방의 반응은 “그래, 기억나네.. 어떻게 됐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공감이 확인되었다. 그 다음에 필요한 것은 당연히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고비용 운영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전환해야 할 것 같습니다.’와 같은 결론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순간 읽는 사람의 반응을 생각해 보라.. ‘왜 그래야 하지?’ 혹은 “그것을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와 같은 질문을 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이 경우에는 ‘운영시스템의 효율적 전환은 어떻게 할 수 있는 거야?’가 상대방의 두 번째 질문이 될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이 구체적인 설명(대답)이 바로 보고서의 본론이 된다. “대리점의 운영 면적을 줄여야 합니다.” “운영인력을 축소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직영 일부를 프랜차이즈로 전환하겠습니다”와 같은 대답이 제시됨으로써 질문-대답의 대화는 완성된다.
※주[1] 실행중심 성향의 상사는 전체를 한 눈에 파악하고 분석과 의사결정이 빠르기 때문에 결론부터 짧게 말하고 그 결론을 지지하는 간명한 자료들, 그리고 실행계획에 초점을 맞춘 보고서를 선호한다. 사고중심 성향의 상사는 생각을 깊이 하며 논리적으로 충분히 검증한 다음 일을 시작하는 스타일이라 논리적 검증을 거친 보고를 선호한다. 따라서 주장과 결정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사실들과 논리적 자료들을 원한다. 사람중심 성향의 상사는 의견을 취합해 함께 일하는 사람들 중심으로 생각하며 일하는 스타일이라 복잡한 데이터를 많이 나열하기 보다 함께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논리적으로 잘 작성된 자료보다는 어느 한 부분 강렬한 느낌이 올 때 의사결정한다.(정은실, 최학수,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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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택. 2013. "기획력강의", 동문통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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