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의 공유와 공감
비즈니스 문서의 생명은 메시지를 상대방과 얼마나 정확히 공유하는가 혹은 공감하는 것이냐에 달렸다. 메시지는 최종적인 결론일 수도 있고, 핵심적인 주장일 수도 있다. 따라서 비즈니스 문서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결과를 전달할 것인가? 결론을 설득할 것인가?
결과를 전달하는 문서의 전형은 보고서이다. 결론 혹은 결과를 전달하는 문서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실(Fact)이며 사실로부터 확인한 메시지이다. 이러한 보고서의 목적은 읽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객관적으로 편견 없이 전달하는 것이다. 결론을 설득하는 문서는 기획서이다. 사실(Fact)의 우선 순위를 변화시키거나 인과관계를 추론함으로써 작성자의 의도가 반영된 결론을 제시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이해도
하지만 보고서이든 기획서이든 중요한 것은 결국 상대방의 이해도이다.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고, 납득할 수 있는 문서라야 가치가 있는 것이다.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 어떻게 납득시킬 것인가? 문서의 스토리 전개가 그래서 중요하다. 일관된 스토리 라인을 구성하고, 스토리 라인에 따라 메시지가 흐르도록 한다면 문서의 이해도, 설득력은 높아질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감동을 얻는 부분은 배우의 연기력에서 비롯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연기의 바탕이 되는 것은 시나리오의 힘이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드라마, 영화는 전형적인 스토리 공식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출발-입문-귀환’의 스토리 라인이다. 이야기의 초반에 주인공은 변화를 만나 처음엔 이를 거부하지만 마침내 경계를 넘어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간다(출발). 그 후 그는 여러가지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혼돈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된다(입문). 하지만 자신의 길을 개척 하면서 변화를 체험한 후 마침내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난다.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두 개의 세상을 함께 발전시키는데 헌신하는 지도자가 된다(귀환)[1]. 이러한 영웅담의 스토리 공식은 읽는 사람의 감정을 이입시키는데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
소통을 위해서는 논리의 전개패턴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비즈니스 보고서에서의 스토리 라인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가? 비즈니스 보고서를 관통하는 스토리는 합리적 이성이다. 감성적인 스토리가 들어설 여지가 없다. 문서의 합리성을 납득시키는 것,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것에 ‘논리’만큼 좋은 무기는 없다. 특히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의 형태에서 ‘논리’가 주는 매력은 무한하다. 그렇지만 논리 만으로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논리 그 자체가 아니라 ‘논리의 전개패턴’이다.[2]
통상적으로 보고서를 전개하는 방식은 논리적인 전개 패턴을 따라 서론 – 본론 – 결론의 전개방식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논리가 상대방의 이해도를 높이는데 기여하는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상대방의 이해도와 반응 속도를 높이는 논리전개는 ‘서론–본론–결론’으로 충분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이다.
‘서론–본론–결론’의 논리 전개가 통용되는 대표적인 문서가 학술 논문이다. 문제를 제기하고, 이론적 배경을 검토하고, 연구문제(가설)를 도출하여, 연구방법을 통해 결과와 결론을 이끌어 내는 과정은 기획의 과정과 흡사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획의 결과물 역시 연구결과물처럼 논문의 방식으로 전개하면 좋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학술연구와 비즈니스 기획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그 차이로 인해 논리를 전개하는 순서가 달라져야 한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문제인식의 주체가 다르다는 점이다. 학술논문의 문제인식은 바로 학술연구자로부터 비롯되고 비즈니스 기획의 문제인식은 경영자에게서 출발한다. 학술 연구자는 스스로의 문제의식 속에서 연구주제를 설정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반면에 비즈니스 기획의 문제의식은 기획자이기 보다는 외부의 누군가, 즉 상사(경영자)이거나 고객이다. 다시 말하면 기획의 출발을 내가 하는가 남이 하는가의 차이가 있다.
따라서 학술연구의 결과물인 논문은 절차에 맞게 문제제기에서 결론에 이르는 과정의 정당성을 확인시켜주려는 논리의 흐름이 적절하다. 최종적인 결론 보다 그 결론에 이르는 논리의 타당도, 신뢰도를 중시하기에 서론 – 본론 – 결론의 논리전개가 논문의 스토리로 채택되는 것이다.
비즈니스 문서의 논리전개는 서론-결론-본론
반면에 비즈니스 기획의 경우는 출발점이 상대방이고, 상대방의 질문에 대답하는 기획의 과정을 거쳤지만, 과정보다는 결과, 결론을 중시하는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결론을 먼저 알고 싶은 것이다. ‘서론–본론–결론’의 논리흐름으로는 상대방의 요구를 충족시켜주기 어렵다. 결국 비즈니스 보고서의 논리전개는 ‘서론–결론–본론’의 방식을 요구하게 된다. 이런 전개 방식이 바로 ‘질문–대답– 질문–대답’이라는 두 번의 질문과 두 번의 대답을 완성시키는 스토리 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문제제기가 상대방에게서 주어지지 않은, 기획자의 문제의식 속에서 출발한 기획서의 일부는 ‘서론–본론–결론’의 논리를 따르기도 한다.
(1) 도입부 구성- 상대방과 공감하는 자리.
보고서는 어떻게 시작되는가? 보고서이든 기획서이든 비즈니스 문서를 작성하는데 가장 많은 고민은 바로 ‘무엇’을 쓸 것인가로 모아진다. 비즈니스 보고서에서는 가장 먼저 보고서의 주제가 드러나야 한다. 보통 보고서의 주제를 말하라고 하면 바로 문서의 내용이나 결론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주제란 쓰는 사람에게 던지는 상대방의 질문과 그 질문을 유발하는 상황,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포함하는 것이다.
주제란 '상황-질문-대답'으로 구성된다.
문서의 도입부에서는 바로 상대방의 질문과 그 질문을 유발하는 상황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것을 다른 의미로 ‘배경과 목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배경이란 상대방이 주제에 대하여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컨대 ‘우리는 현재 익숙한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다”와 같이 주제와 관련하여 대화를 시작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상황은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고, 우리가 원하지 않는 다른 상황으로 변화, 전개되어 나가게 된다. 이 전개되는 상황이 일의 목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왜 이 일을 수행해야 하는지,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무엇인지를 전개상황에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작상황이 어떻게 확산, 전개되는 것인지에 따라 일의 목적이 명확해 진다. “우리에게 익숙한 프로세스는 고객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와 같이 새로운 과제의 필요성을 만들어 내는 상황을 정리할 수 있다. 이 전개상황으로부터 상대방은 나에게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은가?’와 같은 기획과제(질문)를 던지고 대답(결론)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일(기획)의 필요성을 인식하도록 만든 상황의 이해가 바로 보고서의 서론, 즉 도입부이다. 도입부에서 상대방을 대화로 이끌어 내고 상대방과 함께 문서의 주제를 확인해야 한다. 주제를 질문으로 바꾸어 보라. 그리고 나서 그 질문이 어떤 상황에서 시작되었고, 어떤 상황에서 구체화되었는지를 검토하라.
주제가 “신상품 개발”이라는 문서가 있다고 가정하자. 도입부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주제를 질문의 형태로 바꾸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질문은 다양하다 “어떤 상품의 개발해야 하는가? “왜 신상품을 개발해야 하는가?” “신상품 개발은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가?” “신상품 개발은 꼭 해야 하는 것인가?” 어떤 질문에 답할 것인가를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인식 수준을 고민하게 되고, 상대방의 문제인식의 출발점이 되는 비즈니스 상황을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도입부의 상황전개는 상대방이 이미 알고 있는 상황(시작점)으로 출발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궁금증을 만들어 내는 상황(전개상황)으로 전개시키고, 그 전개상황이 초래하는 질문이 기획의 과제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입부 1.
시 작 점: 우리 회사는 보급형 상품인 A의 대표적인 회사로 인식되어 왔다.
전개상황: 그런데 최근 고객의 취향이 고급형 상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질 문: 우리는 보급형 상품에서 철수하고 고급형 상품으로 시장전략을 수정해야 하는가?
도입부 2.
시 작 점: 우리 회사는 시장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신상품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전개상황: 하지만 새로운 제품개발의 컨셉을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
질 문: 신상품은 어떤 컨셉으로 출시되어야 하는가?
도입부 3.
시 작 점: 우리 회사는 운영의 편리성, 기능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새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
전개상황: 그런데 신규 시스템의 구축은 기존 작업환경에서는 진행하기 곤란하다.
질 문: 신규 시스템은 어떤 방법으로 구축되어야 하는가?
도입부는 보고서의 전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도입부는 분석하는 자리라기 보다는 공감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도입부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상대방의 반응을 이끌어 내야 한다. 기획의 1단계인 문제인식 단계는 배경(환경)을 분석하는 것이라면, 보고서의 1단계인 문서의 방향 단계에서의 배경은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상기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도입부는 공감하는 자리
보고서의 주제를 질문의 형식으로 바꾸면, 상대방의 문제인식이 분명해 진다. 보고서의 도입부는 단순한 문서의 서론으로서 역할 이상의 것, 기획 전체를 점검하는 의미를 포함한다. 기획의 첫 단계에서 수행했던 문제인식과 보고서의 도입부에서 정리한 상대방의 문제인식이 동일해야 한다. 만약 동일하지 않다면 그 동안 진행했던 기획의 절차들을 다시 돌아보아야 한다. 확인하자. 상대방의 질문은 명확한가? 그리고 그 질문에 대답하고 있는가?[3]
※ 주[1] 다니엘 핑크(2006), “새로운 미래가 온다”, p.132
주[2] 제안서와 같이 고객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문서의 경우 설득력 있는 패러다임이 있다. 즉, 고객의 니즈 --> 고객이 생각하는 성과기준--> 솔루션 제안 --> 증거제공의 과정을 따른다(샌트, 2006)
주[3] 설득력 있는 제안서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고객의 니즈를 이해하고 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 고객이 처한 문제상황을 간단히 요약하고, 고객이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 고객의 이익의 기준에 초점을 맞춘 뒤에 고객의 구체적인 문제와 니즈에 부합하는 솔루션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해당 솔루션을 제안자가 수행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증거를 제공함으로써 제안서는 마무리된다(샌트,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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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작성 3강. 스토리라인 구성하기 - 결론부 구성 https://vivahkt.tistory.com/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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