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를 잘 쓰기 위해서는 쓰기 전에 잘못되는 부분을 바로 잡아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는 일은 보고서의 대미를 작성하는 것이기에 검토해야 할 것이 많다. 쓰기 전에 보고서의 전체 스토리를 점검하는 것, 세로의 일관성과 가로의 설득력을 만들어주는 논리구조, 피라미드 구조를 완성했다. 하지만 피라미드 구조는 그 자체로 문서가 되지 못한다. 피라미드 구조는 그저 생각이고 스토리일 뿐이다. 아무리 훌륭한 건축 설계도라 해도 그 자체가 완성된 건축물이 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논리구조를 표시구조로 바꾸어라.
보고서를 쓰는 행위는 보고서의 논리구조를 표시구조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보고서작성을 위한 생각의 정리, 논리의 구조가 문서를 이해하기 쉽게 하는 소프트웨어라면 종이에 문자를 써 내려가는 것 (문서작성 프로그램에 타이핑하는 것)은 하드웨어라고 할 수 있다.
생각을 글로 전환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의 경우 무엇인가 특별한 방식이 있다고 믿는다. 특별한 방식으로 표현하려다 보니 미사여구에 휩싸여 정작 하고자 하는 말을 놓치기 십상이다. 또한 말로 하면 간결한 것을 글로 쓰면서 장황해 진다. 비즈니스 보고서는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말하듯이 써야 군더더기가 사라지고, 명확해 지는 법이다. 미국의 유명한 투자회사의 회장인 워렌 버핏은 자신이 정보를 전해 듣고 싶은 방식으로 글을 쓰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셰익스피어와 같은 문필가가 되려고 하지 말고 누이동생에게 편지를 쓰는 것처럼 쓰라고 권하고 있다.
말하듯이 쓰는 것이 가장 좋은 보고서 쓰기의 자세이다. 알리고 싶은 것을 가장 쉽게, 빠르게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장황한 곁가지에 매몰되어 정작 알려야 할 것은 빠뜨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몇 년 전에 필자는 광풍이 불던 뮤추얼펀드에 가입한 적이 있었다. 적립식 펀드였는데, 주기적으로 투자보고서 비슷한 것을 보내왔다. 펀드에 대한 전문적이며 장황한 설명이 반복적으로 보고서에 쓰여 있었지만 내가 알고 싶은 유일한 것, 내가 적립한 돈이 얼마의 수익으로 남아 있는가에 대한 내용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나는 그 펀드를 해지했다.
상대방이 알아야 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차분하게 대화를 시작해 보라. 무엇부터 시작되어야 하는가? 스토리 라인이 머리에 떠오른다면 그 스토리를 분해해야 한다.
스토리라인을 스토리 보드로
관객들이 열광하는 영화의 힘은 무엇일까?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 출연하는 배우? 감독? 좋은 영화에 주는 상의 이름은 작품상이고, 그 작품상을 수상하는 이는 대부분 감독이다. 왜 그런가? 그것은 아마도 감독이 한 영화에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가 다른 요소에 비해서 강력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그렇다면 영화감독의 능력은 무엇일까? 1천만이 넘는 영화를 만든 감독들은 도대체 어떤 능력이 뛰어나기에 그런 결과를 만들 수 있었을까? ‘왕의 남자’를 감독한 이는 이준익 감독이고, ‘괴물’을 감독한 이는 봉준호 감독이다. 만약 이 두 감독이 두 영화를 바꾸어서 감독한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똑같은 시나리오와 똑같은 배우를 가지고 말이다. 전혀 다른 영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개인적으로 영화감독의 힘은 영화의 스토리(시나리오)를 장면으로 현실화시키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스토리가 아무리 훌륭해도 그것을 장면으로 바꾸어 연결하는 능력과 만나지 못하면 그 시나리오는 결코 빛나지 못할 것이다. 보고서 작성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보고서의 스토리 라인을 한 장 한 장, 혹은 한 줄, 한 줄의 메시지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 보고서는 좋은 보고서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시나리오를 장면으로 바꾸는 것처럼 보고서의 스토리 라인을 하나 하나의 메시지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소위 보고서의 초안이라고 할 수 있는 스토리보드를 작성하면 된다. 스토리보드는 피라미드 구조로 되어 있는 보고서의 스토리라인을 분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피라미드의 맨 상층부의 상자로부터 순차적으로 상자를 배열하면 스토리보드가 완성된다.
스토리보드를 완성하면 다음은 각각의 스토리보드를 구체적으로 작성해나가는 작업을 수행해 나간다.
표제부 쓰기
스토리 보드의 첫 장은 물론 표제부이다. 제목을 어떻게 쓸 것인가는 이미 설명한 바 있다. “무엇을 위해 어떤 일을 하였는가”를 표현한다. 표제부에는 작성일자와 작성자의 소속을 함께 기재한다. 작성일자는 보고서란 완성되어 소통되는 순간 누군가의 ‘참고자료’로 기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고서의 출생연도를 알 수 있어야 참고자료로서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작성자의 소속은 상대방에 따라 달라진다. 상대방이 인식할 수 있는 수준의 소속을 정리하면 좋다. 만약 상대방이 상사라면 직제상 상대방의 통제 범위에 해당하는 소속을 쓴다. 직제가 사장-본부장-부문장-팀장의 순으로 되어 있다면, 상대방의 직책에 비해 한 단계 아래의 소속을 쓰는 것이다. 본부장에게 쓰는 보고서의 소속은 부문이 될 것이고, 부문장이라면 팀이 소속이 된다. 만약 고객이나 협력사를 상대로 하는 제안서 혹은 공문서라면 소속은 회사명이 될 것이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각 조직마다 관행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과 커뮤니케이션 할 때 자신을 어떻게 소개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쉽다.
도입부 쓰기
도입부는 피라미드 구조의 가장 상단에 있는 일의 시작부분, 즉 보고서 이전의 단계인 기획의 단계를 상황과 질문(과제)의 형식으로 기술한다.
결론부 요약하기
결론부 도입부와 맞물리는 상자의 내용을 중심으로 하되, 피라미드 구조의 핵심단계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 줌으로써 보고서 전체의 메시지를 한 장으로 보여 줄 수 있다.
본론부 쓰기
보고서의 본론부는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의 스토리보드는 결론부와 마찬가지로 첫 번째 핵심 메시지를 메시지의 근거와 함께 제시하는 방식이 좋다.
본론부의 첫 번째 핵심 메시지를 제시하고 나면, 이어서 해당 메시지를 지지하거나 설명하는 근거 자료나 개별 행동을 제시한다. 이러한 방식은 세로의 스토리라인을 중심으로 대화를 전개함으로써 메시지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준다.
같은 방식으로 첫 번째 핵심 메시지의 근거들을 차례로 한 장씩 만들고, 또한 두 번째, 세 번째 핵심 메시지도 보고서 한 장에 하나의 메시지의 방식으로 작성해 나감으로써 스토리 보드는 하나의 보고서로 완성된다.
한 장으로 쓰는 보고서
보고서 작성의 도구가 파워포인트가 아닌 경우에는 어떻게 보고서의 스토리를 표현하면 좋은가? 한글이나 워드문서의 경우는 여러 장의 문서로 표현하기 보다는 문서 한 장에 보고의 내용을 담을 수 있도록 작성하는 것을 권장한다.
2005년 정부보고서에 따르면 “보고서는 읽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내용을 수긍할 수 있도록 적절한 형식과 구조를 갖추고 내용을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보고서 유형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제목, 개요, 본론, 말미의 형식을 갖추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1]
가장 먼저 제목을 쓰고, 작성일자를 기록한다. 두 번째는 보고의 배경과 목적, 필요성을 간략하게 기술하는데 그 방식은 주제와 관련된 상황을 제시하고. 이후 전개상황-질문의 형식으로 필요성을 기술한다. 세 번째는 보고서의 주제 및 중심 내용을 요약하여 기술한다. 이 때 그 내용을 목록화하여 제시한다. 네 번째는 요약하여 제시했던 목록을 세부적으로 기술한다. 마지막으로는 향후 예상되는 추가활동이나 검토사항을 기술한다.
※주[1] 보고서 품질향성 연구팀(2005), “보고서 품질향상 방안 연구결과”, 대통령 비서실,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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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작성 7강. 데이터가 아니라 메시지가 우선이다. https://vivahkt.tistory.com/89
현경택. 2013. "기획력강의", 동문통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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