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의 문제상황은
그에 따른 해결과제를 요구한다.
문제를 인식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현재의 상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인식이란 사람이 환경(대상)과 관계를 맺는 것, 부딪치는 것을 통해 무엇인가 대응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올바른 기획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문제(현상)를 둘러싼 환경을 분석해야 한다. 환경 속에서 어떤 요인들이 바람직한 상태로의 전개, 확산을 가로막고 있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기획에서는 이러한 인식 과정을 배경분석, 환경분석이라고 정의한다.
문제 상황은 그에 따른 해결과제를 요구한다. 자동차를 운전하여 집에 돌아가는 과정에 접촉사고가 발생했다고 하자. 집에 도착하는 바람직한 상태를 가로막는 교통사고의 상황이 문제이다. 과제는 무엇인가? 사고 상황을 파악해 보라. 신체적인 손상이 없이 물리적인 파손만 있는 사고라면 보험회사에 연락하여 피해를 보상받으면 된다. 과제는 보험처리이다. 그런데 만약 상대편 운전자가 무보험의 미성년자라면 보험처리가 과제가 될 수 없다. 과제는 형사고발이 될 수도 있고, 운전자 부모와의 피해배상 협의가 될 수도 있다. 문제 상황은 과제의 해결 수준을 결정한다.
문제상황의 인식
기획을 하기 위해 인식해야 하는 전형적인 문제 상황이 있다. 이러한 전형을 이해하면 순조롭게 기획을 시작할 수 있다.[1]
① 부작용을 해소해야 하는 상황
– 정해진 절차나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부작용의 상황이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Trouble이다.[2] 따라서 원래의 기준으로 복귀하면 해결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출입 시스템의 에러가 발생했다거나, 절차상의 하자를 확인하는 경우이다. 사과를 먹다 목에 사과가 걸리면 어떻게 되는가? 이러한 문제 상황은 인식과 동시에 조치가 이루어진다. 해결의 과제는 다양하기 보다는 단순하다. 문제의 인식과 동시에 과제 설정이 이루어진다. ‘과제설정->해결’의 프로세스를 별도로 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 단지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② 바람직한 상태와 현상 차이를 메워야 하는 상황
– 현재의 상태와 기대하는 결과 즉 목표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격차)를 문제로 인식하고 이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해결안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예컨대 매출의 부진이 지속되는 경우, 혹은 고객의 클레임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 등이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히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매출부진 혹은 클레임의 원인을 규명하여 그에 맞는 과제를 설정해야 한다. 가격 인하, 시장 철수, 신제품 개발과 같이 현재의 시장상황에 대응하여 실행할 수 있는 복수의 대안이 필요하다. 현재 X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는데, 그 시스템이 변화된 환경의 새로운 기능을 부가할 수 없다면, 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시스템의 에러와 같은 트러블이라면 원인을 찾아 조치하면 그만이지만, 목표와 현상의 차이를 해소하는 과제는 조금 더 복잡해진다. 이 때는 대체 시스템의 개발과 같은 다른 수준의 과제가 설정되어야 한다.
이때 과제의 수준은 상황인식의 깊이에 따라 달라진다. 문제의 원인을 어디까지 파헤칠 수 있는지 혹은 부정적인 영향이 어디까지 확산될 수 있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규명된 원인, 영향의 수준에 따라서 해결을 위한 과제의 수준도 달라진다. 예컨대 생산 현장의 바닥이 기름으로 범벅이 되어 있는 상황을 고려해 보자. 바닥의 기름은 즉각적으로 치우면 그만이다. 청소가 과제이다. 하지만 원인을 규명해 본 결과 혼합기의 가스켓 결함이라고 판명되면 가스켓 교체로 과제의 수준이 바뀐다. 여기에 다시 가스켓의 결함 원인이 불량 가스켓의 납품이라고 밝혀지는 경우에는 납품에 대한 검수 혹은 납품처의 변경과 같은 과제가 설정될 수 있다. 불량 가스켓의 납품에 대한 원인을 규명한 결과 회사의 최저가 입찰제도 도입과 같은 제도적인 이유가 드러난다면 즉각적으로 입찰제도의 변경과 같은 보다 폭넓은 과제의 설정이 필요해진다.
이와 같이 문제상황을 파헤치며 과제의 수준을 높여가는 방법을 ‘5why’ 기법이라고 한다.[3] ‘5Why기법’은 문제가 되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질문 Why를 반복하는 것이다. 5번의 Why가 정확한 과제를 설정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질문은 반드시 5번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5’는 상징적인 숫자이다. Why를 반복하면서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대답이 나오게 되면, 그 때의 상황이 바로 문제 상황이 되는 것이며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과제를 설정할 수 있게 된다.
③ 구체적인 실행 방법이 필요한 상황
– 이것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결안이 도출된 상황에서 적용된다.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된 이후 그것을 수행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 수 없는 상황(문제)에서 ‘어떻게’라는 새로운 과제를 설정한다. 목표와 현상의 차이를 해소하는 상황에서 제시된 과제, 즉 X시스템의 한계를 Y시스템의 개발로 대응하기로 결정했다면, Y시스템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
비즈니스 상황에서 종종 부딪치는 어려움은 바로 기획이 해결안의 도출 단계에서 끝나버리는 것이다. 해결안이 도출되었다면 그 다음은 해결안을 실행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해결안의 도출에서 끝나버린 기획은 실행이 없는 ‘구호’로만 남아 마치 무엇인가를 해 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해마다 겨울철이면 산불이 빈번해지고, 그에 대해 불조심을 강조한다. 불조심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과제설정이 명확하지 않으면, 불조심이라는 해결안은 그저 캠페인을 벌이거나, 포스터와 표어를 공모하는 수준에서 멈추게 된다.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등산객에게서 라이터를 회수하거나, 야영금지, 취사금지와 같은 구체적인 실행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④ 선택해야 하는 상황
– 하나의 대안에 대해 취할 것인지 버릴 것인지를 결정하거나 행동의 타당성을 확인하는 것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것은 기존의 문제상황에서 제시된 해결안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 예컨대 새로운 IT 제품을 출시한 경우, 이 제품이 과연 시장의 니즈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②의 상황에서 만들어진 여러가지 대안 중 어떤 것이 최상인가를 결정하는 과제도 여기에 해당된다. 도시 외곽에 입지해 있는 본사 사옥을 도심으로 이전하고 싶다고 할 때, 어떤 지역이 비즈니스 전개에 가장 유리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경우이다.
⑤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 상황
– 이러한 문제 상황은 다소 특별하다.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 상황이란 차이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2가지 경우가 있다. 하나는 바람직한 상황은 알고 있지만, 현재의 상황이 어느 수준에 와 있는지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즉 현재의 수준을 모르기 때문에 차이를 분석할 수 없고, 분석이 안되기 때문에 차이를 메우는 과제 설정이 용이하지 않은 경우이다. 예컨대 ‘제조업의 생산과정은 설계-구매-자재-생산의 일관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현재 자사의 생산관리 수준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현재의 모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베스트 프랙티스를 상정하여 그것을 벤치마크로 하여 현재의 상황에 접근하는 기획이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현재의 상황은 알 수 있지만 바람직한 상황을 정확히 정의할 수 없는 경우이다. 예컨대 소비자의 니즈가 어떻게 바뀔 것인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에 해당된다. 이러한 상황은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기획의 실패 가능성도 높다. 짧은 주기로 새로운 스마트폰을 개발해야 하는 제조업체를 상상해 보라. 그들은 스스로 바람직한 상태를 만들어가야 한다. 소비자의 니즈가 바뀌면 그것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니즈를 선도해 나가야 하는 기획이 필요하다.
해결과제의 설정[4]
문제상황 ①의 과제는 일상적인 업무 수준에서 가장 빈번히 요구된다. 소위 문제가 발생하고 그 해결과제의 설정과 수행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분명하고, 그에 따른 해결안도 큰 노력을 수반하지 않고 이루어진다. 해결이라기 보다는 조치에 가깝다.
문제상황 ②는 가장 전형적인 기획 과제를 요구한다. 차이를 분석하고, 해결안을 추적해 나가야 하는 과제가 필요하다. 이 상황에서는 문제의 인식도 분명해야 하고, 그에 근거한 과제의 설정도 합리적인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이 상황에서의 기획은 납득시키고, 설득하기 위한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상황 ③,④의 과제는 좀 더 적극적인 기획과제이다. 적극적인 조직과 활동적인 구성원들 사이에서 해결책을 구체화해 나가는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제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①,②의 상황 인식과 과제 수행을 거쳐야 한다. 밑도 끝도 없는 해결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원인과 영향을 규명하고, 차이를 분석함으로써 구체화된 해결책의 수준도 결정되는 것이다.
문제상황 ⑤에서의 과제 설정은 문제 인식 자체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실제로 접근하기가 어렵다. 근본적으로 문제가 무엇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관련된 1차적인 과제에 해당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를 인식하는 것이 곧 과제가 되는 상황이라는 점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 문제상황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상황의 다양한 요인들을 찾아내고, 그 관계를 인식하는 것은 웬만한 노력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러한 기획과제의 핵심은 방향성과 현상 파악 그 자체이다.
문제 분석(What) | 해결책 찾기(How) | 상황인식(Why) |
①왜 이 일이 발생하였는가? | ③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 ⑤어떤 상황에 있는가? |
②무엇을 해야 하는가? | ④이 일을 해야 하는가? |
[그림1-8] 문제 상황과 과제 설정
※주[1] 이쿠보(2001)는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상황을 4가지로 정리하고 있는데, 그것은 ① 문제를 파악해야 할 상황 ② 원인을 규명해야 할 상황 ③ 선택하고 결정해야 할 상황 ④ 위험의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주[2] 트러블(Trouble)은 ‘정상적으로 갖추어야 할 모습에서 벗어난 것으로서 무엇인가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주로 원인을 규명해야 할 문제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보다 넓은 의미, 즉 대응해야 할 상황 전체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쿠보, 2001, p.84~85)
주[3] 5Why 기법은 문제가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단계와 문제의 근본원인을 파악하는데 활용될 수 있는 기법이다. ① 문제해결과정에서 가장 저지르기 쉬운 흔한 오류 중 하나가 바로 문제가 드러나는 현상에만 집착하여 문제해결 방향을 잘못 잡아 나가는 경우이다. 5Why 기법은 계속되는 질문을 통해 문제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같이 정확히 파악된 문제를 바탕으로 올바른 해결방안을 수립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법이다. ② 드러난 문제 현상의 원인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표출될 수 있다. 따라서 문제의 근본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여 대처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한 경우 5Why기법을 활용할 수 있다. (SK 아카데미, 1998)
주[4] 인류가 문명을 만든 것은 다음 4개 과제를 반복적으로 생각하고 그 결과를 실천해 왔기 때문이다. 1. ‘무엇이 발생하고 있는가?’ 2.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가?’ 3.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 4. 앞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 듯 한가?’이다...이 4가지 상황에 정확,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 K-T법이다(다카다, 1992, pp.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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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택. 2013. "기획력강의". 동문통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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